무선 이어폰 상세페이지에 LDAC 지원, 최대 990kbps라고 적혀 있습니다. 옆 제품은 AAC라 250kbps입니다. 네 배 차이니까 훨씬 좋아 보이죠.
그런데 그 990이라는 숫자는 실사용에서 거의 유지되지 않습니다. 주머니에 넣고 걸어가는 순간부터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앞서 음악 스트리밍 글에서 블루투스는 전송 과정에 이미 압축이 들어간다고 썼는데, 그 압축을 담당하는 게 코덱입니다. 이 글에서 그 부분을 제대로 정리하겠습니다.

코덱이 하는 일
블루투스는 대역폭이 좁습니다. 무손실 음원을 그대로 보낼 수가 없어서 압축해서 보내고 받아서 푸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방식이 코덱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송신 기기와 수신 기기가 둘 다 지원하는 코덱만 쓸 수 있습니다. 이어폰이 LDAC을 지원해도 폰이 안 하면 그냥 SBC로 연결됩니다.
아이폰은 LDAC과 aptX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아이폰 쓰시면서 LDAC 이어폰을 사면 그 기능은 못 씁니다. 이게 가장 많이 하는 헛돈입니다.
코덱별 스펙
| SBC | 328kbps | 모든 블루투스 기기 (기본값) |
| AAC | 약 250kbps | 아이폰, 일부 안드로이드 |
| aptX | 352kbps | 삼성 등 안드로이드 |
| aptX HD | 576kbps | 일부 안드로이드 |
| LDAC | 990kbps | 안드로이드 (소니 계열) |
| LC3 | 약 345kbps | 최신 LE 오디오 기기 |

SBC는 모든 기기가 지원하는 기본값입니다. 다른 코덱이 안 맞으면 자동으로 여기로 떨어집니다.
AAC는 비트레이트가 낮은데 아이폰에서는 이게 최선입니다. 숫자만 보면 SBC보다 낮은데, 애플 기기에서는 최적화가 잘 되어 있어 실제 체감은 나쁘지 않습니다. 비트레이트만으로 줄을 세울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LC3는 최근에 들어온 규격입니다. 비트레이트는 높지 않은데 같은 대역폭에서 효율이 좋고 전력도 덜 씁니다. 앞으로 늘어날 방식입니다.
LDAC의 990kbps가 유지되지 않는 이유
이 글의 핵심입니다.
LDAC은 세 단계로 동작합니다. 990kbps, 660kbps, 330kbps입니다. 연결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내려갑니다.
문제는 990kbps를 유지하려면 조건이 꽤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많은 곳, 주머니에 넣은 상태, 와이파이 신호가 강한 실내에서 전부 떨어집니다.
330kbps까지 내려가면 SBC와 비슷한 수준이 됩니다. 상세페이지의 990을 보고 산 사람이 실제로 듣는 건 그 아래인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설정에서 고정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옵션에 블루투스 코덱과 비트레이트 항목이 있습니다. 음질 우선으로 고정하면 990을 유지하려고 시도합니다. 다만 신호가 나쁘면 끊깁니다. 음질과 안정성을 맞바꾸는 설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코덱보다 먼저 봐야 할 것
정리하면서 생각이 정리된 부분입니다.
코덱은 상한선이고, 실제 소리는 드라이버가 만듭니다.
물이 지나가는 관을 넓히는 게 코덱이고, 그 물을 만드는 게 드라이버입니다. 관이 아무리 넓어도 물이 별로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됩니다.
15만원 아래 제품이라면 코덱보다 드라이버 품질이 체감 차이를 만듭니다. LDAC 지원 여부로 두 제품을 고르느니, 같은 값에 소리가 나은 쪽을 고르는 게 낫습니다.
고가 제품에서는 코덱이 의미를 갖습니다. 드라이버가 이미 좋을 때 고비트레이트 코덱이 얹히면 그때 차이가 드러납니다.
듣는 환경도 따집니다. 지하철이나 길에서 들으면 주변 소음이 코덱 차이보다 훨씬 큽니다. 조용한 방에서 진지하게 듣는 상황이 아니면 코덱은 후순위입니다.
지연 시간은 별개 문제입니다
음질 이야기와 섞이기 쉬운데 다른 항목입니다.
영상을 보실 때는 입 모양과 소리가 어긋나는 게 문제입니다. 요즘 코덱은 대부분 견딜 만한 수준이고, 영상 앱이 자동으로 보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임은 다릅니다. 총소리와 화면이 어긋나면 바로 불리해집니다. 블루투스로는 한계가 있어서, 게임용이라면 전용 동글을 쓰는 2.4GHz 방식이 맞습니다. 이 부분은 헤드셋 글에 정리해 뒀습니다.
지연 시간을 줄인 게임 모드가 붙은 제품이 있습니다. 대신 음질을 조금 내리는 방식이라 용도에 따라 켜고 끄시면 됩니다.
순서
무선 이어폰을 고르실 때 이 순서면 됩니다.
1. 내 폰이 뭘 지원하는지 봅니다. 아이폰이면 AAC까지입니다. LDAC이나 aptX는 값만 더 내는 셈입니다.
2. 어디서 듣는지 생각합니다. 밖에서 주로 들으신다면 코덱보다 노이즈 캔슬링이 체감이 큽니다.
3. 값대를 정하고 그 안에서 소리로 고릅니다. 15만원 아래라면 코덱 표기는 거의 무시하셔도 됩니다.
4. 착용감을 봅니다. 귀 모양은 사람마다 달라서 리뷰가 잘 안 맞습니다. 아무리 좋아도 안 맞으면 안 씁니다.

무선 이어폰 상세페이지에서 숫자가 크게 붙어 있는 항목은 대체로 비교하기 쉬워서 앞에 나온 것입니다. 실제로 만족도를 가르는 건 소리와 착용감인데, 이건 숫자로 못 적으니 뒤로 밀립니다.
990kbps라는 숫자에 값을 더 치르기 전에, 그 숫자가 내 폰에서 나오기는 하는지 먼저 확인해 보세요. 그게 이 글의 전부입니다.
코덱 지원 여부와 동작 방식은 기기와 소프트웨어 버전에 따라 다릅니다. 구매 전 본인 기기의 지원 범위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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